별똥별 - 정 정 예 -
서울역 지하계단서 남자와 여자가 팽팽한 줄다리기 싸움을 한다.
남자가 여자를 계단위로 질질 끌어 잡아당기고, 여자는 계단 밑으
로 엉덩이 쭉 빼고 끌여가지 않으려고 발 버둥거린다. 그 남자와
그 여자의 머리칼이 철사수세미로 뻗치고 떡 되게 뭉쳐졌다. 남자
가 여자의 머리카락을 움켜 쥔 채 주먹으로 여자의 얼굴을 후려갈
긴다. 여자가 악을 쓰며 짐승처럼 울부짖는다.
하늘서 떨어진 별똥별들이 여기에 산다.
깨지고 녹슨 별들의 전쟁이다.
아직도 푸른 빛 남았지만 눈빛이 늙었다.
꿈을 버린 젊음이 늙었다.
어둔 눈으로 어둠을 더듬고,
어둔 길에서 어둠을 길러 먹으니
창자도 시커멓게 되었을 것이다.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이 검다.
옛날 노인의 말이
사람 목숨 질기다,
사람 목숨 쇠심줄보다 질기다고 했다.
지금 질긴 목숨이 구둣발에 짓이겨 진다.
땅에 떨어진 별똥별들의 적멸을 본다.
파지를 줍는 노인의 눈에 새별이 뜨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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