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이씨의 일기 - 정 정 예 -
10월의 어느 날 오후,
평창 초겨울 날씨는 제법 쌀쌀해 옷소매 올라가면 팔뚝에 소름이
돋는다
해가 숲속으로 숨어들기 전에 하루 한번 씩은 아내의 손을 잡고 개
울둑을 산책 하는 것이 일과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이 아내와 둑
길을 걸었다. 아내는 온종일 방안에만 갇혀있다시피한다. 이렇게라
도 콧바람을 쐬면 줄곧 기분이 좋아지는지 흥얼거리며 더듬이를
곧추세우고 잘 따라 나선다. 바람은 차갑지만 햇살이 둑길에 내려
앉아 발등을 따스하게 해주었다. 그때 어디선가 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석이씨는 아내의 손을 잡고 산책하는 것에만 신경을 썼다.
가던 길 멈추지 않고 저 아래 둑길까지 내려갔다. 다시 올라서 오
는 길에 좀 전의 그 곳에서 극에 달한 구슬픈 목울음으로 변해버린
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석이씨는 아내에게 잠시 서있으라고
하곤 개울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하얀 백로가 가느다란 다리를 차
가운 물속에 담그고 서서 긴 모가지 쉰 울음을 토하다 못 해"꺼억,
꺼억"
석이씨의 생각은 새의 다리가 올무에 걸려서 날아가지 못하나? 하
고 일단 작은 돌맹이 하나를 던져 보았다. 꿈쩍도 안한다. 조금 더
다가가서 돌맹이 하나 다시 던졌다. "푸드덕" 커다란 날개를 펴고
숲으로 숨어드는 마지막 햇살 속으로 날아갔다. 하얀 날개 위에 감
빛노을 흩뿌리고 있는데......백로가 날아간 후 개울물에서 죽은 백
로 한 마리가 몸이 뒤집힌 채로 하늘 향해 두 다리 치켜세우고 물
살에 서서히 떠내려가고 있었다.
'하악' 석이씨의 가슴에서 무거운 철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내
는 무슨 일이냐고 연신 물었지만 석이씨는 아무 일 아니라고 했다.
손에 힘을 꼭 주고 "한나엄마! 우리 행복하게 잘 살자." 앞을 볼 수
없는 아내의 모습이 가엾고 애처로워 석이씨 눈물이 가슴팍을 파
고들어 절박했던 새의 울음으로 소리 없이 '꺼억, 꺼억'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