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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6. 수제비국
|2022년 07월 24일 19시 36분 37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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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비국 - 정 정 예 -
엄니는 십팔 세에 서른다섯의 아버지와 혼인했다
엄니에게는 혼인 생활이 형벌과 같다고 했다
첫째 아들이 태어났는데 뱀의 피부로 태어났다
한 달에 한 번씩 허물 벗는 피부에
살 비늘과 벗겨진 각질이 방바닥에 떨어져 쌓였고
허물을 벗고 나면 빨갛게 된 피부에 피가 흘렀다
새살이 돋자마자 속살부터 갈라져 뱀 무늬였다
그런 아들을 지켜보는 엄니는 해소기침으로
붉은 울음 흐드러지게 핀 진달래 꽃 울음을 토해놓았다
그런 오빠는 커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술주정뱅이 폭군이 되었
다
술에 만취해 들어오는 날은
나는 뒤란으로 뛰어가 굴뚝 뒤에 숨었다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살림살이 다 부셔버리고
오빠가 잠이 들 때까지 굴뚝 앞에 앉아 별을 세었다
장맛비 솓아지는 어느 날 수제비국 끓여 한 숟가락 막 먹으려는 참
에 술 취해 들어 온 오빠가 식구가 먹는 밥상을 앞마당에 집어 던
졌다
뜨거운 수제비국이 사방으로 튀었다
수제비가 퉁퉁 불어서 흙탕물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빗물에 하염없이 떠내려가는 수제비가 불쌍해 눈물이 났다
오빠는 천형의 삶을 살았던 것일까?
술기운으로 사는 사람, 술 안 마시면 방에만 갇혀 사는 사람
오빠를 보며 각혈 하는 엄니, 아픈 엄니를 보며 우는 나를
엄니가 볼까 싶어 옷소매에 닭똥 같은 눈물을 꾹꾹 찍어내며
밤하늘 별들을 세어보다 굴뚝 앞에 앉은 채로 잠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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