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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5. 박꽃
|2022년 07월 24일 19시 18분 33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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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꽃 - 정 정 예 -
세상에 빛을 고루 나눠주고서야 찾아온 저녁
금분갑이 한 방향으로 쏟아져 금방 지워져가고
산자락 어둠이 커튼을 내릴 때
어둑한 뜰에 박꽃이 하얀 별처럼 피어났다
우주를 떠돌다 수런거리던 박꽃은 시나브로 떨어져 내리고
꽃이 진 자리에 배불뚝이 허여멀검 배 내밀며 초가지붕에 드러누
웠다
배꼽에 긴 탯줄 매달고 지상과 하늘을 잇는 작은 통로가 열렸다
푸른 강 하늘에서 머리 말끔하게 감은 별들이
은하수의 숱한 이야기 나누는 밤이다
달빛은 적요하고 잘게 부서진 은빛조각 걸어와서
들창에 걸터앉아 맑은소릴 내며 운다
하얀 박속 긁어내며 달챙이 숟갈이 연주하고
어머니 내 속은 새까맣게 타버렸을 거여,
내속은 곯아 터져 뭉개졌을 거여!
어머니 자작곡 슬픈 아리랑이 공명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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