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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33. 사향노루
|2022년 06월 23일 18시 29분 03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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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향노루 - 정 정 예 -
어미 잃은 노루는
딱딱한 생의 한복판에서
출구를 찾아 미로를 헤매고 누볐다
물컹대는 살결에 굳은살 박혀도
막힌 벽을 뚫어야 했고
어둠을 잘게 씹어 먹으며 빛과 만났다
하지만 쏟아지는 빛 속에서 노루가 본 것은
자신의 이름 위에 새겨진 좁은 길이었다
갈림길에서
넓은 길로 가면
꿀물 떨어지는 곳이 나오겠지만
사향노루로 살기 위해서
좁은 길을 선택하였다
좁은 길에서 얻을 수 있던 건
쓴 나물과 쓴 뿌리
고통이 점철된 길
고난의 풀무질을 멈추지 않았다
진저리 쳐지게 독한 쓴 맛에
쓸개 탄 포도주처럼 창자 끝까지 아렸다
그러나 내장에서 올라 온 쓴 물을
창자 속에 다시 밀어 넣어
향낭 주머니를 만들고
사향 품은 사향노루 되었다
두 손 들어 기도를 바치는 순간
하늘에서 종소리 울리고
금 대접에 사향이 담겨져 올라가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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