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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4. 바람이 분다
|2022년 03월 27일 20시 27분 58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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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 정 정 예 -
언 땅 뚫고 올라온 할미꽃
굽은 허리를 편다
햇살 한 바가지 머리에 이고
숨고르기 해보는데
바람이 분다
굽은 허리 부러질라
납작 구푸린 머리가
흙속에 다시 묻힐까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엉덩이에 센 힘줄수록
붉어지는 얼굴에 비단 꽃을 피웠다
봄은
새 옷 짓고 찬연하다
연둣빛 생명들은 언어도 익히기 전에
들판으로 달려 나가서
잎보다 꽃이 먼저 폭발한다고 소문을 냈다
봄의 축제로 풍선 같은 마음을
짓누르는 것들은
원인불명의 바람이다
세상 센 바람이 분다
보이지 않는 철조망에 걸려서
찢어진 마음이 휴지조각으로 너풀대고
고통으로 배어든 도시는 절규로 뒹굴고
거리를 방황하던 슬픔들이 까무러쳤나?
흐느낌은 자꾸 목젖을 눌러 입술을 깨물게 했다
이때도 다 지나가리라
때가되면 명분 잃은 바람도
후미진 모퉁이서 풀썩 주저앉겠지
풍랑이 크게 일수록
바닷속은 맑고 깊어지는 것
바람에 많이 부딪힌 나무가
뿌리 깊고 결이 단단해지는 것
누군가가 말했다
꽃도 흔들리면서 피어나는 거라고
발가락 잔뜩 오므리고
센바람 앞에 힘 꼭 주자
바람이 훑어 간 자리서
삶의 결이 곱고 단단해지며
인간의 근원이 맑고 깊어지느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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