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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8. 가을
|2022년 01월 25일 17시 04분 12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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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 정 정 예 -
낡은 아스팔트위로 등 굽은 늦은 여름이
닳아빠진 신발 질질 끌며 가는 소리
푸른 계곡물에 앉아 하얀 발 담그고 있다가
풀숲 헤치며 일어나 가을이 되어
자박자박 걸어오는 소리
노란 햇살 이고 성큼성큼 덩이 손 뻗어
몇 년 동안 감이 열리지 않은
늙은 감나무 몸 더듬는 호박넝쿨 소리
작정하고 다가와 살 맞대어 살기로 했는지
호박꽃 미소로 감나무 등 긁어주고
삭정이 감나무 팔에 덥석 안겨준
늦둥이 호박들이 주렁주렁 매달린 소리
그렇게 가을 소리 깊게 맛 들어가면
오랫동안 잊었던 기억들
다시 감나무 가지 끝에서 열리게 될 지도 모르지
뽀얀 분가루 묻어나는 살가운 소리 소리들
가을은 만삭의 몸으로 그 모두를 끌어안느라
안 그래도 굽은 등이 더 굽어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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