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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7. 카네이션
|2021년 10월 25일 21시 08분 39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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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이션 - 정 정 예 -
햇살이 걸어서 서쪽으로 간 뒤에
뒤란은 하얀 꽃들의 향연이다
조팝나무 이팝나무 아카시아 찔레꽃이
팝콘처럼 피어나 꿀 향기로 날아와 앉는 곳.
코끝은 향기를 따라서 가고
초록 잎새 사이사이에
정갈하게 피어난 꽃들은 참 곱기도 하여라.
옥양목 치마저고리 입으신 울 엄니 모습이다
참빗으로 곱게 빗어 넘긴
쪽진 머리에 은비녀 꽂은 울 엄니다
흰나비 같은 울 엄니 머리 결에서 동백향이 흘러내렸다.
희고 흰 꽃들의 축제에서 엄니의 모습을 기억하는 것은
광목을 양잿물에 삶아 빨아 새하얗게 된 엄니의 치마저고리 때문
이다.
엄니의 색으로 각인된 옥양목과 광목은
눈에 어리는 이슬방울이 되어 떨어진다.
울 엄니 세상 떠나신지 헤아릴 수조차 없는데
때론 지치고 고단한 삶을
엄마의 냄새가 잔뜩 묻어 있는 엄마의 무릎에 누이고 싶은 거다.
쏟아지는 꽃향기 가운데서서
엄마의 냄새를 기억하고 더듬어보는데
울 엄니의 모습은 하얀 꽃밭에서 흑백사진 한 장으로 떨고 있다.
어버이 날에 하얀 카네이션을
엄니 누우신 무덤에 카네이션 문패로 달아 놓아야겠다.
깊이 잠이 드신 울 엄니 가슴에
카네이션이 달리는 꿈을 꾸고 계실는지,
절여진 그리움 꼭 비틀어 짜면
영원이란 항아리 속에 진한 향기로 남게 되겠지.
내가 살아갈 때까지, 내가 죽을 때까지 불러야 할 그 이름.
저 가슴 밑바닥에 고인 눈물이 북소리 되어 울리는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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